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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야의 북카페

예루살렘의 아이히만(저자 : 한나 아렌트)

'예루살렘의 아이히만' 이 책의 부제는 '악의 평범성에 대한 보고서'이다.

당시 이 책을 접한 사람들은 큰 충격에 빠졌을 것이다. 말로 형용할 수 없는 잔인한 행위의 악이 타고난 악마적 본성이나 오랜동안 잘못된 환경에 노출되어 악마가 되버린 인간에게 있는 것이 아니라 나를 비롯한 모든 평범한 사람들 마음속에서 피어날 수 있다고 주장하고 있으니 말이다.

나는 악의 평범성에 전적으로 동의하는 사람 중 하나이다. 사실 나같은 직장인은 이 '악의 평범성'에 대한 개념에 대해 100% 이해할꺼라 생각한다. 이해하지 못하는 직장인이 있다면 그 사람은 직장생활을 엉터리리로 하고 있는 것이라 조언하고 싶다. 설사 본인이 빨리 승진하고 고연봉을 받고 있다 할지라도.

최근에 나는 우리회사 임원을 불법행위를 한 협의로 고발했다. 그 임원은 몇 년동안 불법행위를 통한 영업을 하였고 그 덕에 꽤 오랫동안 임원생활을 했다. 근데 진짜 문제는 그 불법행위를 그 아래 지시받는 팀장들이 알면서 하고 있었다는 점이다. 법에 어긋나는 일인것을 알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임원의 권위와 인사권 앞에 떨면서 아무렇지 않게 그 지시를 따랐고 그 지시를 수행하기 위해 부하직원들에게 그 불법행위를 충실히 하도록 다시 지시내렸다. 내가 이런 이야기를 아이히만의 이야기와 접목시켜 말해주면 대부분 반응은 이렇다.

'에이~~ 무슨 그런 무시무시한 일과 이런 사소한 것에 비유하냐. 수백만명의 유대인 학살하고 회사일을 하다가 편법을 좀 쓴거 하고는 완전 다르지". "너 너무 오바한다". " 결국 임원말 안들으면 너무 손해고 낙인 찍혀"

하지만 회사라는 조직에서 일어나는 위의 상황과 아이히만 열심히 수행했던 일의 과정과 마음가짐은 완전히 똑같다. 즉 불법임을 알면서 일을 진행했던 그 팀장들은 이미 아이히만과 같은 학살자이다. 

이번달 12월3일 정말 살면서 겪기 힘든 계엄이라는 초유의 사태가 발생했다. 대통령이라는 자가 본인의 권력을 유지하기 위해 법은 파괴하고 정치인 및 선량한 시민을 무력을 통해 제압하려 했다. 하지만 실패했고 실패의 원인 중 가장 큰 요인을 나는 군인들이 불법행위를 전적으로 따르지 않았던 양심이라 생각한다. 40년전과 지금의 다른 점은 바로 그것이였다. 아무 생각없이 권력에 굴종하여 선과약의 구분없이 따르는 자들, 양심과 소신을 가지고 불법행위에 따르지 않는 자들. 후자가 많은 나라가 당연히 선진국일 것이다.

내가 그 임원을 고발하면서 지적했던 불법행위를 못하게 하니 그 부서 직원들 업무의 70%정도가 감소하였다. 본인들은 늘 바쁘고 힘들며 열심히 산다고 말해 왔었다. 그런데 불법행위가 70%였던 것이다. 삽질을 넘어서서 하지 말아야 하는 일을 하면서 본인은 열심히 산다고 생각하여 살았던 것이다. 이것이 소름끼치게 무섭다. 불법을 하면서도 그 것을 인지하지도 못해서 본인을 성실하고 좋은 사람이라 착각하는 것. 아마 아이히만도 수백만명의 유대인을 학살하면서 본인은 정말 성실하고 능력있는 훌륭한 관리자라 스스로를 생각하지 않았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