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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야의 북카페

오늘 밤, 세계에서 이 사랑이 사라진다 해도(저자 : 이치조 마사키)

안녕하세요. 40대 직장남 마야붕붕입니다. 오늘 아주 오랜만에 소설책에 관한 후기를 적어보자 합니다. 이번에 소개해드릴 책은 일본 이치조 마사키의 '오늘 밤, 세계에서 이 사랑이 사라진다 해도' 입니다. 이 책은 따로 구입해서 보게 된 것은 아니구요. 저희 회사에서 직원복지 차원으로 전자책 도서관을 운영하게 되어 거기에서 무슨 책을 볼까 검색하다가 소설분야에 이 책이 상위에 랭크되어 있길래 읽어 보기 시작했습니다.

 

이 책을 펴서 '선행성 기억상실증'이라는 단어를 읽는 순간 가장 먼저 머리에 떠오른 영화가 있었는데요. 그것은 바로 아담 샌들러와 드류 베리모어가 주연을 맡았던 할리우드 영화 '첫 키스만 50번째'라는 영화였습니다. 어느 순간부터 하룻동안의 기억을 완전히 잊어버리는 여주인공, 그래서 그녀의 하루하루는 늘 새롭습니다. 하지만 정상적으로 보여지는 사회생활을 위해서는 그녀는 매일 아침 자신의 불행한 진실을 마주하면서 불안과 슬픔에 몸무림쳐야 했고 집 밖을 나서기 전에 하루전과 그 이전의 상황에 대해 공부하고 세상으로 나서야 했습니다.

 

이 책의 내용은 무미건조하게 사는 한 고등학교 남학생이 선행성 기억상실증을 가진 여학생과 우연히 사귀게 되면서 일어나는 에피소드와 애뜻한 감정을 묘사한 청춘소설인데요. 사실 이 책의 절반을 읽기도 전에 대부분의 독자들은 결말이 예상되실 겁니다. 하지만 저는 이 책을 거의 다 읽었을 때 저의 볼을 타고 눈물이 흘러내리는 것을 알게 되었습니다. 오히려 결말을 알고 있기에 책을 읽는 매 순간 더욱 몰입되어 가슴이 아팠는지도 모르겠습니다. 

 

저는 이 책을 읽으면서 솔직히 느낀 감정은 내 시대에는 그리고 우리나라는 왜 남고, 여고를 따로 운영했었는지, 그래서 이시절에만 느낄 수 있는 아주 순수한 감정을 느낄 권리를 박탈당한 것에 대한 원망이 맘속에 일어났습니다. 물론 당시에 어린 저는 공부에만 전념하고 뭔가 이성간에 불미스러운 사건을 예방하는 면에서 당시에는 이 시스템이 옳다고 믿고 살았었습니다. 하지만 오히려 중년이 되고 그 순간을 돌아보니 교육적으로도 남녀를 구분하여 만남을 늦추는 행위는 아주 좋지 않다는 것을 알게 되었습니다.

 

이성에 눈을 뜬 사춘기 시절에 이성을 만나면 분명 불안하고 어색하고 실수하고 공부에 어느 정도 방해를 받겠죠. 하지만 어차피 남녀는 함께 살아야가야 하기에 빨리 만나 서로를 알아보고 이해하고 교감하는 것이 훨씬 좋다는 것을 느끼고 있습니다. 한국남성의 경우 저 때는 말할것도 없고 지금도 왜곡된 시선과 언어로 여성을 대합니다. 성인이 될때까지 여성에 대해 전혀 알지 못하고 음란한 잡지나 영상으로 여성에 대한 망상을 가진채로 성인이 되어 여성을 만나게 됩니다. 그래서 이성 상대의 언어와 생각을 이해하지 못해 늘 오해가 생기고 다툼이 생기고 혐오가 생기고. 그 결과는 세계최고의 저출산 국가로 전락한 것이며 결혼은 커녕 연예도 하지 않는 세상이 되어 가고 있습니다.

 

저는 저와 같은 중년들에게 이 책을 추천하고 싶습니다. 대부분 기혼자이기에 이런 사랑은 다시 하지 못할 겁니다. 해서도 안되구요. 하지만 단순히 남녀간의 사랑이 아니라 이 책을 통해 우리의 학창시절로 돌아가 보는것만으로도 상당한 힐링이 되리라 생각됩니다. 나이가 들수록 청춘의 순수함과 열정을 찾아가는 것이 우리의 미래를 좀 더 환하게 만들지 않을까요?